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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맛

와호장룡, 영화 속에 녹아있는 도가사상

by 비마셀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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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포스터

서론

영화 와호장룡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은 세계적으로 흥행한 무협 판타지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외국 무협영화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극찬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해서 진부함을 느낄 수 있는 무협 액션이라는 소재가 미국에서 흥행을 거둔 것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화려한 액션신뿐만 아니라 액션신 속에서 묻어나는 도가사상을 통해 중국의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도가사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허상 속에 숨어있는 본질

이목백은 자신의 보검 청명검을 철패륵에게 맡기고 강호를 떠나려 한다. 그런데 청명검을 자객에게 도둑맞았단 소식을 들은 이목백은 범인을 추적한다. 청명검을 훔친 소룡은 검을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는 과정에서 이목백에게 발견된다. 이목백은 그녀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 채 자신의 수제자로 삼으려 한다. 이때 이목백은 소룡에게 도의 가르침을 준다. 그는 청명검과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즉, 그의 명성과 청명검의 힘에 압도되면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위축되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때로 주위의 평판으로 인해 사람과 사물을 헤아리는 객관적 기준을 상실한다. 남들이 가치 있다고, 귀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자신도 그렇다고 믿는다. 또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지레 겁먹거나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주위의 시선에 쫓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이목백은 소룡에게 자신을 버리고 다시 네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함으로써 허상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잣대를 형성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사회의 제약과 관습에 자유롭지 못한 소룡 

소룡은 관리의 딸로 유복한 집안 환경에서 태어나 문과 무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그녀는 좁은 세상에서 틀에 박힌 삶을 살았으며 자유롭게 방랑하며 사는 무림세계를 동경한다. 신분과 인종을 벗어나 호와 사랑을 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략결혼에 따르며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청명검을 여러 차례 훔쳐 강호를 휘젓고 다니기도 하지만, 자신의 본분에 맞지 않는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도가에서는 개인을 제약하고 간섭하는 제도나 도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제도나 관습으로 인해 인위적인 모습이 형성되고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룡은 개인을 제약하는 신분제도 때문에 동경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결국 폭포수로 몸을 던진다. 자신을 억압하는 신분, 격식에서 벗어나 동경하는 삶을 스스로 창조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도가의 가르침을 소룡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무위자연을 통해서 본 삶의 귀속

이목백은 소룡과의 대나무 숲 대결 장면에서 마치 대나무와 하나 된 듯한 경이로운 조화의 경지를 보여준다. 소룡이 아무리 발로 흔들어도 이목백은 떨어지지 않는다. 대나무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위아래의 반동만 있을 뿐이다. 반면에 소룡은 외줄타기를 하듯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떨어진다. 대나무 숲은 소룡에게 전장이었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나무 숲에서의 대결은 도가의 무위자연 사상과 연결시킬 수 있다. 무위는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가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성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맡기는 것이다. 대나무를 정신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목백은 육체와 혼이 하나이며 흔들리지 않고 확고하다. 그러나 소룡은 육체와 혼이 조화롭지 않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녀의 육체는 사회적 지위 속에 귀속되어 있고 영혼과 이상은 더 넓은 세계를 꿈꾸며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같이 무림세계에서 방랑하는 삶을 꿈꾸는 소룡에게 신분은 거대한 억압이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영화 속에서 도가사상을 통해 찾은 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신분적 제약에 벗어나 스스로 개척하는 삶 둘째는 허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본질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와 강요에 의해 또는 사회적 위신이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동경하고 갈망하는 삶을 포기하고 있진 않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단적 의견에 사로잡혀 주체성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묵백의 말처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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