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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맛

웰컴 투 동막골 리뷰

by 비마셀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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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 포스터

반전영화의 최고봉 웰컴 투 동막골

"마이 아파" 이 명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나오고 나서 극 중 '여일'의 이 대사는 관객들의 뇌리에 꽂혔고 각종 매체에서 다루면서 아주 유명세를 치렀다. 강혜정 배우의 캐스팅이 아주 성공적이었으며 동막골의 사투리를 아주 적절히 찾아내어 만들었으며 이 대사 하나에 우리의 감정을 실어 넣었다. 그렇다. 우리는 많이 아팠다.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한민족 한 형제가 서로 총을 겨누고 싸웠다. 전쟁의 비극을 맞으면서도 우리는 그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반전영화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6.25 전쟁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었는지, 왜 이러한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되는지를 아주 아름다운 방법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치열했던 그때, 남과 북 그리고 여러 강대국들이 참견해 벌어지는 그 숨 막히는 한반도 어디쯤엔가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순수함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로 동막골이다.

 

동막골, 순수함 그 자체

동막골은 순박함 그 자체다. 총과 수류탄, 전쟁보다는 밭을 망가뜨리는 멧돼지가 더 문제인 정도의 순박함이다. 아마 실제로도 한창 전쟁이 발발하던 그때 전쟁의 참혹함에서는 배제되어 그들만의 평온한 삶을 이어갔을 마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들었을 때 왜놈이나 되놈이 쳐들어왔냐고 묻는 그 질문에 우리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영화 속 판타지를 통한 인물들의 성장

영화 속 인물들의 긴장은 팝콘이 터지면서 풀리게 된다. 전설의 팝콘 장면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자 영화 본연의 맛을 최대한 보여주었던 장면이다. 그 장면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소재에 판타지를 얹음로써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자신들의 식량인 감자와 옥수수가 다 터지면 먹을 게 없을 텐데 그런 것들을 전혀 속상해하지 않고 하늘에서 내리는 희고 고운 팝콘 눈이 그저 즐거운 듯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는 동막골 사람들. 그리고 오랜 시간 대치 끝에 긴장이 풀리며 결국 한곳에 누워 잠에 빠진 우리 형제들. 영화는 결국 '평화'를 보여준다. 그 후 마을의 식량창고를 채울 때까지 마을에 남아 일손을 돕기로 한 형제들은 마을 사람들의 골칫거리인 멧돼지를 마주하게 된다. 이 동막골 연합군 (남한의 병사들, 북한의 병사들) 그리고 연합군이었던 스미스와 마을 사람들  하나가 되어 '전쟁'보다 더 중요했던 멧돼지를 처리하면서 이들의 긴장은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이 장면은 조악한 블루 스크린 CG로 인해 살짝 거부감이 들 수 있었지만, 박광현 감독이 밝힌 바 영화를 철저히 판타지로 감쌌기 때문에 오히려 이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고, 우리 또한 정말 아름다운 판타지로서 그들  동막골 연합군을 아주 뿌듯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소속과 역할을 규제했던 유니폼을 벗어던진다. 이제 군인으로서가 아닌, 사상과 관념을 버린 채 하나의 인간으로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부락에 스며든다. 진정한 형제로서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들은 스토리가 힘을 받게 되는 원천이다. 사실 영화는 지금의 큰 흐름에는 맞지 않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터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열어가는 그들의 마음은 영화 속 캐릭터 내에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전투신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슬프게 다가온다. 그들이 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는지, 왜 그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동막골 연합군의 첫 번째 작전이 갈등 완화와 결속을 다지는 것이었다면 이 두 번째 작전은 평화 유지와 희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동막골을 위해 희생한다. 전쟁을 몰랐던 동막골이 결국 그들에 의해 순박함을 빼앗겼기에 그들은 그 순박함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택한다. 이를 통해 너무나도 강렬하게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임을 보여준다.

 

너무나도 신선했던 동막골을 보고서

한국 영화는  2000년 초중반이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주옥같은 영화들이 쏟아졌고 왜 나는 그때 어려서 명품 영화들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한때 영화 티켓을 모으곤 했었는데 그 첫 시작이었던 영화가 바로 이 웰컴 투 동막골이었다. 아마 나는 그 당시에도 이 영화가 너무나도 신선했고 마음에 와닿았기에 티켓을 버리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대학교 4학년 때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수업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전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어느 시골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나에게 각별했던 것 같다.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던 동막골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작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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